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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도나토 카리시 《속삭이는 자, 이름없는 자》리뷰

도나토 카리시의 《속삭이는 자, 이름없는 자》를 읽었다.

 

 

스포일러없음

 

난 도나토 카리시가 일본 사람인줄 알았다. 일본은 불매이므로 당연히 책도 안읽었는데 이탈리아 사람이었다. 리뷰 평가가 좋은 편이라 읽기 시작했다. 이름없는 자가 속삭이는 자의 속편인데 먼저 어떤 책을 봐도 무방하다. 속삭이는 자를 읽지 않았다고 해서 이름없는 자를 이해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리뷰는 내용보다는 내가 느낀거를 쓰겠다.

 

작가에 대해 아무런 배경도 없이 읽는다. 다 읽고나서 작가가 어떤 사람인줄 맞추는게 나름 재미있기 때문이다. 두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은 가장 먼저 이 책이 구조적으로 잘 짜여져 있다는 거였다. 흘린 떡밥을 던지고 마지막에 모조리 수거한다. 나조차도 잊고 있었던걸 말이다. 그리고 특히 범죄 현장 묘사가 디테일했다. 카리시가 그린 범죄현장은 참으로 자세해서 책을 읽어가며 그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건 정말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알까 싶었는데..

 

도나토 카리시가 범죄학자 출신의 작가라니 그제야 왜 내가 말한 부분에서 강점을 보였는지 이해가 갔다. 작가가 실제로 몸을 담았고 본 일들을 토대로 글을 썼으니 당연했다. 니들은 이런건 몰랐지? 하는 이런 거.

 

두 책 다 초반과 마지막부분에서 몰입도가 올라갔다. 이 말은 상대적으로 중간부분은 지루했단 소리다. 소설 자체가 음료수라 치면 도나토 카리시의 책은 버블티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소설이 하나로 합쳐지는게 아니라 단편단편 뚝뚝 끊기는 감이 있어서 작가가 혹시 TV대본을 쓴 적이 있나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느낌이 좀 적었다. 특히 속삭이는 자에서 영매이야기가 나오며 주인공 밀라의 과거가 살짝 나올 때 다른 책을 읽는다는 기분이었다. 영매.. 갑자기?

 

두 번째로는 캐릭터가 불친절했다. 작가가 어떤 캐릭터를 생각하려는지는 알겠다. 주인공 밀라의 경우 감정이 없어 늘 공허하고 그 느낌을 채우려는 쓸쓸한 존재. 그러나 소설속에서 밀라는 그 누구보다 감정적이다. 카리시가 묘사한 모습 말고 내가 느낀 캐릭터의 모습대로 이름없는 자를 읽으니 재미가 올라갔다. 밀라는 감정적이고 여리고 상처받는걸 누구보다 두려워하는 소심한 캐릭터로 생각하니 밀라의 모든 행동들이 이해가 갔다.

 

마지막 밀라의 딸 실비아의 행동으로 봐서 3편도 나올 것 같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몰입되는 이야기가 재밌어 다른 책들도 보려 한다. 속삭이는 자가 작가의 데뷔작이라니 앞으로 나올 책들의 완성도가 기대된다. 추천하는 작가다. 별점 많은건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