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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외국드라마

넷플릭스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 줄거리와 리뷰

넷플릭스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을 시청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데 이제야 리뷰한다. 시즌1 7부작, 리미티드 시리즈라 시즌2는 안 나온다. 줄거리는 이렇다.

 


1950년 대 고아원 지하실에서 우연히 체스를 발견한 후 체스세계 입성하여 세계 정점에 이르는 주인공 엘리자베스 하몬(안야 테일러 조이 역)의 이야기다. 당시 미국 정부는 고아원 아이들에게 평안하고 안정감을 주기 위해 매일 마약성분이 있는 약을 나눠주고 하몬이 어떻게 처음에 약에 중독되는지를 보여준다. 중독도 중독이었지만 베스는 돈이 없는 고아로써 환각을 체스를 두는 데 사용한다. 낮에는 선생님들 몰래 지하실에 있는 관리인 샤이벌에게서 체스를 배우며 저녁에는 아껴둔 약을 먹어 환각을 불러일으킨 후 체스를 연습한다.

 

약이 주는 통제감과 위안은 베스가 성인이 될 때까지도 이어진다. 지역 고등학교 체스팀 코치를 소개받고 이후 베스의 경력은 승승장구다. 십 대 때 그 지역에 사는 부부에게 입양이 된 베스. 처음으로 자신만의 방을 가진 베스의 안정적인 생활도 곧 끝나버린다. 바로 결혼생활에 애정이 없는 양아버지가 부인 알마를 두고 떠난 것이다.

 

돈도 떨어지고 슬펐던 알마는 지역 체스경기에 나가 소소하게 돈을 벌어오는 베스를 본다. 체스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하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을 하기로 한다. 수업을 빠지고 모녀는 여기저기 함께 여행하며 각자 즐기는 생활도 얼마 가지 않게 되고.. 이후, 끝없는 중독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베스는 지하실에서 시작된 체스를 세계 정점까지 이끈다.


 

나는 재밌게 봤는데 이 드라마는 평가가 유독 재밌었다. 악평을 날리는 사람들을 보면 왜 악평을 날리는지 알 수 있었고, 당연히 칭찬한 부분도 이해할 수 있었다.

 

먼저 드라마는 체스를 전혀 몰라도 된다. 베스의 완벽한 성장서사물이고 별다른 주변 인물 이야기도 없이 담담하게 홀로 일어서는 과정을 보여줄 뿐이다.

 

여태 자극적인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 뉴스를 보며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의심하는 게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었었나 보다. 드라마 1화서부터 4화까지 난 스스로를,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저 고아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는지, 선생들이 학대를 하지는 않는지, 고아원 원장이 어린 베스 앞길을 막진 않을지, 저 베스 친구가 베스를 나쁜 길로 이끌지 않을지, 벨틱이 괴롭히지 않을지, 어릴 때 모습 너무 그대로 자라 버린 토마스 생스터가 어떤 방해공작을 피우지 않을지 등등..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장르가 전혀 다른데도 체르노빌 느낌도 났다. 구성이나 스토리가 아니라 계속 의심을 하게 만드는 이 장치가 (전문가가 아니라 모르겠다) 나에게는 좀 신선하고 웃겼다. 체르노빌도 시청하면서 끝없이 주변인물들을 의심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리 생각이 든 거다. 어딘가에 혹은 누군가의 함정일 수도 있다, 악당일 수도 있다는 나의 거만한 예측감이 오히려 극의 몰입도를 상승시켰을까?

 

 

만약 퀸스 갬빗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 천재 신동이야기였다면 어쩌면 너무 평범했을 이야기다. 남성들을 제치고 우뚝 솟아난 뛰어난 베스에게 알마는 조언한다. "취할 것은 취하고 이용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라. 남자들은 너한테 뭐든 가르치려고 하겠지만 그냥 무시하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뭐 이런 식이였던 것 같은데 이 조언이 좋았다.

 

여자가 취할 건 취하고 오로지 자신만의 실력으로 인생도 토너먼트로 계속 위로 올라가는 이야기

 

남자들은 사회적으로 실력을 과시하고 하나를 가지면 열을 가진 척 하는데 익숙한 동물, 여성들은 10을 가져도 1을 가진 척 행동하는데 익숙해진 동물이다. 도움을 준다고 하면 받고 내 방식대로 하고 아니면 만다는 행동이 여성들에게도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과몰입하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게 뭐 어떤가 싶다. 

 

 

퀸스 갬빗은 어찌보면 판타지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성차별주의자를 만나지 않고 남성처럼 포식적으로 행동을 계속 취하며 정점에 오르는 건 공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이게 남자라면 공상도, 판타지도 아니겠지만, 여성 이야기라면 공상이다. 내 말이 불쾌하다면 어쩌겠는가 내가 느낀 사실이 그렇다는데 말이다. 

 

베스의 체스 첫 시작부터 자기가 죽기 직전까지 지켜봤던 샤이벌, 집을 사버리는 바람에 여행 경비가 없어 그 큰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빌려주는 친구, 러시아 체스 마스터를 이기게끔 도와주는 여태 나온 체스 친구들 등등.. 이렇게나 인복이 있는 주인공도 그렇게 많지는 않겠다.

 

가볍게 보기 좋았고 시청한 사람들이라면 다 느꼈겠지만 베스가 샤이벌 아저씨에게 5불을 갚지 않아 너무 찝찝했다. 나만 찝찝한 건가. 어린 베스 하몬도 좋았다. 화면 장악력과 연기가 훌륭했고 귀여웠다.